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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과 닮은꼴" '사상 첫 적자' 이마트, 원인은 신세계건설

    입력 : 2024.02.20 10:32 | 수정 : 2024.02.20 14:05

    이마트 발목 잡은 신세계 건설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 470%…'워크아웃' 태영건설과 유사
    [땅집고] 지난해 영업이 종료된 성수점 이마트.

    [땅집고]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지난해 469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마트가 법인 설립 이래 첫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2011년 신세계로부터 분리된 이후 첫 손실입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4분기가 심각했는데요. 매출은 7조356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무려 855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9조4722억원으로, 2022년 대비 0.5% 소폭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찍기는 했으나 영업손실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땅집고] 이마트 연간실적. 지난해 469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의 전통 강자인 이마트가 첫 적자를 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본업 경쟁력이 퇴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손에 꼽힙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공사 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예상되는 미래 손실의 선반영으로 영업손실이 전년도인 2022년에 비해 1757억원이 늘어난 1878억을 공시했습니다.

    신세계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 부동산 PF 리스크가 대두됐습니다.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에 이어 신세계건설 유동성 위기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저금리 유동성 시대에 무리하게 빚을 내 외형 성장을 노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가 독이 되어 돌아온 형국입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이 470%(이하 별도기준)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말 PF 대출 만기를 막지 못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478%)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신세계건설은 1991년 설립돼 1999년 코스닥 상장, 2002년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을 거쳐 2011년 신세계의 대형마트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됐습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 32위에 올랐는데요.

    백화점·아웃렛 등 대형판매시설 건설을 영업기반으로 삼고 오피스텔·주거시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2018년 '빌리브'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건설 95%, 레저 5%입니다. 대형복합쇼핑몰, 대형철도복합역사, 고급 주상복합, 호텔 및 리조트, 다수의 준공실적을 가지고 있고요. 레저사업 분야로는 자유CC, 아쿠아필드 등 골프장과 아쿠아 레저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미분양이 속출한 대구지역 프로젝트를 대손반영해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특히 대구 사업장(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의 규모가 6000억원 이상인 만큼 추가적인 대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한기평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신용보강 PF 우발채무 규모는 1340억원입니다. 집계에 미포함된 구 포항역 부지 개발사업 채무인수 1700억원의 차환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땅집고] 신세계건설 주요 진행사업 현황. 대구 등 주요 사업장 분양률이 저조하다./한국기업평가

    신세계건설의 부실은 과거에 모 건설사와 꽤 닮았는데요. 두산건설과의 부실과 닮았습니다. 두산건설에서 1조원대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두산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재빠르게 자산을 매각하고 계열사를 팔아치워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건설 역시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시점을 알 수 없는 현재로선 그룹의 유동성 지원만이 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점쳐졌는데요.

    결국 신세계건설은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신세계건설과 조선호텔앤리조트 모두 이마트가 최대주주입니다. 주택 미분양 여파로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신세계건설을 신세계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지원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부동산 PF발 위기로 롯데와 신세계 등 양대 유통 그룹이 유동성 부족으로 고전하는 건설사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신세계건설은 레저사업부문 매각으로 약 1800억원의 매각 대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약 2700억 원 규모 골프장 회원 입회금도 소멸해 부채 비율도 개선됩니다. 신세계건설 측은 "레저산업 부문 매각을 통해 선제적으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구조가 좋아질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본업인 건설업 분야에서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내수 침체와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상으로 신세계그룹은 위기 상황입니다. 이에 지난해 3분기에는 계열사 임원의 40%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모두 교체됐습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0년 9월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 지분 8.22%를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며 남매 분리경영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당시 종가 기준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신세계 주가는 10%대, 이마트 주가는 40%대 각각 하락했는데요. 그만큼 이마트 상황이 좋지 못한데요.

    이마트가 유통업계 본업 경쟁력도 악화한 가운데 계열사인 건설사가 부동산PF 직격탄을 맞으면서 갈길 바쁜 이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데요. 지금의 어려움을 잘 넘기면 주택경기가 다시 회복했을 때 다시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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