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켈리, 성착취 혐의 '유죄'… 감옥에서 여생 보낼 듯

켈리가 2019년 6월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켈리가 2019년 6월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 유명 알앤비 가수 알 켈리(로버트 실베스터 켈리)가 자신의 슈퍼스타 지위를 악용해 20년 이상 여성과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27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여성 9명과 남성 2명 등 고소인 11명은 6주간 법정에서 치열하게 증언하며 켈리가 자행한 성적 모욕과 폭력을 진술했다.

배심원단은 이틀간의 심사숙고 끝에 켈리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최종 선고일은 내년 5월 4일이며, 이 판결로 켈리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

배심원단은 켈리가 여성과 아동들을 유인해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음모를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미 수상곡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어)'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켈리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여성들을 인신매매하고 아동 포르노를 제작하며 유괴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여성은 켈리가 자신을 감금하고 약물을 먹여 성폭행을 했다고 증언했다. 여성은 판결 후 서면 진술에서 켈리를 공개 고소한 이후로 "위협을 받아 숨어 지냈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소냐'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여성은 "나는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삶과 치유 과정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유죄를 입증한 증언들

법률 서류에는 켈리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려면 켈리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또한 켈리는 피해자들이 입는 옷을 통제했으며 자신을 "대디"라고 부르도록 강요했다.

일부 피해자들을 변호한 글로리아 알레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나는 47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여성과 아동을 범한 수많은 성범죄자들의 혐의를 뒤쫓았다"며 "내가 맞서 싸운 모든 가해자 중 켈리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알 켈리의 피해자들 중 일부를 변호하는 글로리아 알레드 변호사가 법원 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재클린 카술리스 검사는 이날 법원 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배심원단의 평결은 켈리와 같은 권력있는 남성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카술리스 검사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법의 긴 팔은 가해자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결은 켈리가 지난 2008년 일리노이주 재판에서 아동 포르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지 13년 만에 나왔다.

이번 재판에 나온 여러 혐의들은 2019년 피해자들의 증언을 모은 다큐멘터리 '서바이빙 알 켈리(Surviving R. Kelly·알 켈리로부터 살아남다)'에서 처음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들은 켈리의 콘서트 관객이었고, 일부는 신인 뮤지션으로서 우연한 기회에 켈리를 만나고 음악 커리어에 도움을 받은 후 켈리와 만남을 갖도록 유인당했다.

그러나 그들이 켈리의 수행원단에 합류한 후 깨달은 사실은, 켈리가 요구한 엄격한 규칙에 복종해야 하며 수행원단이 "로버트의 규칙"이라고 부르는 사항을 위반할 경우 가혹하게 처벌받는다는 것이었다.

켈리는 성매매와 더불어 주로 조직범죄단이 받는 공갈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공판 기간에 켈리의 매니저, 보안 요원, 그 외 수행원들이 켈리의 범죄 비즈니스에 어떻게 협조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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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수십년을 기다린 신속한 평결

Analysis box by Nada Tawfik, New York correspondent

나다 타우픽 뉴욕 특파원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이틀간 9시간에 걸쳐 평결을 내렸다. 이는 그들이 증거 조사에서 상당히 일치한 의견을 보였음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판결을 낭독하기 전, 알 켈리의 팬들 몇 명은 법원 앞에서 그의 음악을 크게 틀기도 했다.

그들에게 켈리의 유죄 평결 선고 후 어떤 기분이냐고 묻자, 그들은 매우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켈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켈리의 피해자들은 평결을 통해 어느 정도 위안을 느끼고 있다.

재판 내내 익명을 유지한 피해자 한 명은 성명서에서 이제 치유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개인적 트라우마를 되짚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이 평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흑인 여성 피해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상이 자신들에게 언제 귀 기울일 것이며, 그들의 목소리가 언제쯤 중요해질 것인지 계속 물었다. 켈리의 유죄 평결은 그들의 '미투'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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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법원은 켈리가 1994년 어떻게 위조서류를 취득해 당시 15세였던 가수 알리야와 불법으로 혼인 신고를 했는지에 대한 답변도 들었다. 알리야는 2001년 8월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켈리의 변호인 드베로 캐닉은 켈리가 유죄 판결을 예상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캐닉은 "미 정부는 켈리에 대한 기존 담론이 지속되는 데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했다"며 "우리는 여러 정황들이 불일치하고 모순된 것을 발견했다. 이 상황에서 켈리가 어떻게 유죄 판결을 예상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와 별도로 켈리는 시카고주에서 아동 포르노 제작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또한 일리노이주와 미네소타주에서도 성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켈리의 전 동료 중 최소 2명은 이전에 피해 고발자들의 입을 막으려고 한 별개의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