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 오미크론 발생'...코로나 2년만에 첫 감염자 인정, 왜 지금?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2020년 2월부터 오늘에 이르는 2년 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통신은 이어 "국가비상방역지휘부와 해당 단위들에서는 지난 8일 수도의 어느 한 단체의 유열자들에게서 채집한 검체에 대한 엄격한 유전자 배열 분석 결과를 심의하고 최근에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BA.2와 일치하다고 결론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빈틈없이 완벽하게 차단하라'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봉쇄'를 강조했다.

그는 먼저 "전국의 모든 시,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별로 격폐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활동을 조직하여 악성 바이러스의 전파 공간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전선과 국경, 해상, 공중에서 경계근무를 더욱 강화하며 국방에서 안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며 "이번 최대 비상 방역체계의 기본 목적은 우리 경내에 침습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 관리하며 감염자들을 빨리 치유시켜 전파 근원을 최단기간 내에 없애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에게 악성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적은 비과학적인 공포와 신념부족, 의지박약"이라며 "우리에게는 장기화한 비상방역투쟁 과정에 배양되고 다져진 매 사람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고도의 자각성이 있기 때문에 부닥치는 돌발 사태를 반드시 이겨내고 비상방역사업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0명 감염' 주장하다...왜 지금?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BBC에 "격리와 봉쇄로 코로나19를 통제해왔는데 한계가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껏 공식 인정된 바는 없지만 확진 사례들이 있었고, 이들 사례가 주로 지방에서 나와 통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이날 북한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은 "통제가 어려운 평양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물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점, 마스크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열병식 등 군중집회를 열었던 점 등이 평양 내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평양이기 때문에 정보 확산을 통제할 수 없고, 주민들을 격리시키는 상황에서 밝히지 않는 것도 이상해 인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청정국' 이미지를 유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 없고 인프라 취약해, 대규모 유행 우려는?

한편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방역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공개했다는 것은 전 인민이 협력해서 단기간 내에 오미크론 확산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정치국 회의를 긴급 소집한 점을 두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코로나 확산 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북한 정세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인프라가 취약하고 백신 접종도 전혀 안 하는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고, 위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 시스템도 없다"며 "많은 인명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확진 사실로 인해 보건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민생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과거에 급할때는 중국에서 원조도 받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신 원조 요청할까?

임 교수는 북한이 한국 혹은 미국 등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한다면 "방역 조치의 실패를 인정하는 상황이 되버린다"며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외국의 도움에 의존하면 기존 원칙이 무너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와는 계속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긴급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남 교수 역시 북한이 WHO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분석하며 "의료 치료 장비나 치료약 위주로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과 다르게 예방의학을 기초 의료 방침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을 통해서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주민 다수가 단백질 영양부족인 상태이기 때문에 백신을 잘못 접종받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점, 서방 백신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점 등을 근거로 전국적인 백신 접종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치료약이나 진단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나, 주체 의학을 줄곧 주장해왔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큰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분석: 진 맥킨지, BBC 서울 특파원

2년 이상 동안, 북한은 다소 의심스럽게 단 하나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럼 왜 인제 와서 인정했을까? 아마도 이번 발병 사태가 너무 심각하고 숨기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꾸준히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의사를 밝혀왔다. 이를 이유로 장기간 이어진 국경 봉쇄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제 오미크론이 북한 내에 유입됐고, 다음 과제는 확산을 제한하는 것이다.

백신도 없고, 의료가 열악하며,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택권은 현재 매우 제한적이다.

당국은 당장 봉쇄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두에게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밝혀야만 했다.

다만 이것이 반드시 외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