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시장 침체에 관련 업계 자금난 등 고전...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최종대부자'로 부상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빗썸 최대 주주인 비덴트가 26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하면서다.

비덴트는 이날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내용의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과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비덴트는 "이는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재 시점에서 매각 조건이나 일정 등 정해진 것이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개월 이내 또는 추후 처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FTX가 빗썸을 인수하기 위한 '진전된 협상'(advanced talks)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양사가 지난 몇 개월간 관련 논의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당시 빗썸과 FTX 측은 보도 내용 확인을 거부하거나 관련 언급을 아예 피했지만, 이날 공시로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최대 주주다. 지난 3월 말 현재 지주회사 격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 빗썸코리아 지분 10.2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FTX의 빗썸 인수 협상이 샘 뱅크먼프리드(SBF) FTX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시장 침체기를 맞아 취한 인수 공세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뱅크먼프리드가 고전하고 있는 가상자산업계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나선 셈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FTX는 지난달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BlockFi)에 구제자금을 대며 경영권 옵션을 손에 넣었다. 이에 따라 FTX는 기업가치 48억달러를 평가받았던 이 회사를 최대 2억4000만달러에 사들일 수 있게 됐다. '크립토윈터'(암호화폐 겨울)로 불리는 시장 침체로 관련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기업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FTX는 지난 4월 아시아시장 확대를 목표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Liquid)를 인수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CNBC는 FTX가 빗썸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 특히 최근 암호화폐 투자열기가 뜨거운 한국시장에서 입지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FTX를 설립한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올해 30살에 불과한 억만장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4월 그의 순자산을 약 240억달러로 추산했는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암호화폐 가격 급락 사태로 뱅크먼프리드의 재산이 8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로 설립 3년차를 맞은 FTX는 바이낸스 다음 가는 세계 2위 거래소로 등극했다.

빗썸 하루 거래액 추이(달러) / 자료=코인게코
빗썸 하루 거래액 추이(달러) / 자료=코인게코

한편 빗썸 매각설은 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불발됐다. 업계에서는 복잡한 지분관계,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등을 문제 삼는다.

가상자산 정보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빗썸의 하루 거래액은 지난해 11월 말 하루 약 35억4000만달러에서 최근 4억8000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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