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고유모델 '포니', 디자인개발비 120만달러

입력 2011-11-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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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달려온 한국자동차]<19>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금액

▲현대차 포니는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차 이름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최초의 고유모델인만큼 세상의 관심도 높았다.
1974년 봄, 현대차는 포드와 결별하고 고유모델 개발에 착수한지 6년여 만에 시험제작차 1호를 내놓았다. 요금처럼 멋진 코드네임이나 프로젝트명도 없었다. 그저 ‘고유모델 1호’라고 부르던 때였다.

당시 현대차는 포니가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전 신차붐 조성을 위해 새 차의 이름을 공모했다. 최초의 고유모델이었던 만금 세간의 관심을 모아야한다는 절박감도 가득했다. 결국 7월 18일부터 8월 25일까지 한 달여 동안 전국민을 대상으로 고유모델의 이름을 공모했다.

◇“현대차 아리랑? 십리도 못가서 발병나라고?”=한 달 남짓 날아든 엽서는 무려 6만장.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이자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자국의 고유모델이었다. 국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컸었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수많은 신차명 응모엽서 가운데 가장 많은 이름은 ‘아리랑’이었다. 도라지와 무궁화도 적잖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이 원했던 아리랑은 애당초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현대건설 출신으로 꾸려진 현대차 임원들 사이에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임원 회의때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왼쪽)과 포니를 디자인한 세계적 명성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 둘은 포니 프로젝트 이후 절친한 관계로 발전했다.
“아리랑요? 아리랑에는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가사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 십리도 못 가서 바퀴에 발병나면 누가 우리 차를 탑니까?”

언뜻 최초의 고유모델 이름으로 가장 적합할 것으로 가늠됐던 아리랑은 애당초 물망에 오르지도 못했다.

결국 투표 끝에 정해진 이름이 조랑말을 의미하는 포니(Pony)였다. 뒤꽁무니가 짧은 해치백 스타일의 포니와 조랑말의 엉덩이가 제법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 이름으로 포니를 응모했던 이들도 100여명에 이르렀다.

현대차는 경찰관 입회하에 100여 명의 포니 응모자 가운데 한명을 뽑았고 경북에 거주하는 응모자에게 포니 1호차를 전달했다. 우연찮게도 응모자는 ‘현대양복점’ 사장님이었다.

◇ 1972년 상공부에서 ‘한국 고유형 자동차를 만들라는 김종필 국무총리의 특별지시가 있었다’며 이듬해인 1973년 8월까지 고유모델 승용차공장 건설계획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현대차에 보냈다.

고유모델은 말 그대로 고유의 디자인을 갖춰야했다. 그래야 수출시장이 열리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다.

요즘이야 차고 넘치는 자동차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 고유의 디자인을 발굴해내는 문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뛰어난 디자인은 뛰어난 품질 못지 않게 판매를 좌우하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일본 미쓰비시와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이 가능하지만 디자인은 예술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 창작 분야였다.

정세영 현대차 사장은 고유 디자인을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당시 독일 폭스바겐은 딱정벌레차로 알려진 비틀에 이어 실용적인 소형차 개발에 나섰고 ‘골프’라는 걸출한 모델을 개발했던 때였다. 정 사장은 현지에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골프를 그려냈던 주인공 조르제토 쥬지아로를 만났다.

자동차 스타일링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서있던 그가 제시한 디자인 관련 용역비용은 물경 120만 달러에 이르렀다. 당시 차디자인 업계의 평균이었던 7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당시 현대차 형편에 70만 달러도 큰 맘을 먹어야할 판에 120만 달러는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성공 여부였다. 회사의 장래를 길게 내다보는 안목과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정세영 사장은 만만치 않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젊은 감각의 주지아로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그렇게 포니는 디자인됐고 시장에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자료출처 및 도움주신분: 포니정 재단, 월간<자동차생활> 박지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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