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8월 인도네시아 발리행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한 한 부부는 이미 다른 승객에게 배정된 옆 좌석에 5세 자녀를 앉혔다. 해당 좌석의 승객이 나타나 이석을 요구했지만 부부는 아이를 안고 가기 힘들다며 이를 거절했다. 40여분 가량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이륙이 지연됐고, 결국 승객이 일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항공사들이 일부 '진상' 승객들의 기내 질서 방해 행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게 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어 제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 사례와 같이 무단 좌석 점유에 따른 금액 피해는 약 200만원, 운항비용 피해액을 포함하면 항공사의 유형적 피해는 수백 만원에 달한다. 승객들도 스케줄 지연에 따라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문제는 이런 승객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기내 질서 및 안전을 위해 마련된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막무가내 사례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미비하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거짓된 사실의 유포, 폭행, 협박 및 위계로써 공항운영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항공운항을 방해할 목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법률적 근거 아래에선 불법 좌석 점유 등으로 항공기 운항 차질이 발생할 경우 법적 대처가 힘들다.

항공사들은 운항 지연에 따른 피해 금액과, 승객들이 스케줄 지연에 따라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산정해 구상권 청구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내 질서를 방해해 항공기 운항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경우 현장에서 바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거나, 추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생하는 기내질서 방해행위들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법적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러한 행위들이 항공기 지연을 발생시켜 타 승객들과 항공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이런 행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강력한 조치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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