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149 프로게이머 임태규 근황…SK에너지 실험실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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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규씨의 프로게이머 시절 모습(왼쪽)과 현재. [사진 SK이노베이션]

임태규씨의 프로게이머 시절 모습(왼쪽)과 현재. [사진 SK이노베이션]

“게임 빌드를 짜던 습관이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2007~2012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가 대기업 직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태규(30)씨다. 그는 “선수 시절 전략에 따라 게임 속 건물 짓는 순서를 정하는 빌드(Build) 습관이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8일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의 모기업)에 따르면 임씨는 2016년 이 회사에 입사했다. 현재 품질관리부서에서 실험·제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2012년 은퇴한 뒤 4년 동안 학업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해 SK 가족이 된 것이다. 임씨는 “대회 성적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된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임씨는 선수 시절 ‘삼성전자 칸’ 소속으로 활동하며 팀을 ‘프로토스’ 명가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는 세 가지 종족 중 하나를 골라 다른 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인데, 프로토스는 그 종족 중 하나다. 임씨가 다른 선수의 경기 비디오를 분석해 ‘저그’ 종족 공략법을 연구하는 방식은 당시에 파격이었다.

임태규씨가 일하는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임태규씨가 일하는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또 지능지수(IQ)가 149라는 소문이 돌면서 팬들로부터 ‘멘사토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멘사(Mensa)는 지능이 높은 사람의 모임인데, 팬들이 프로토스에 이 낱말을 섞어 별명을 지은 것이다.

임씨는 게임은 취미로만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은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2012년은 e스포츠가 정체기를 겪던 때였다. 그리고 전기 분야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화학·정유회사로 진로를 결정했다. 15살에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느라 그간 못했던 학업을 마쳐야 했는데, 선수 시절 생활 계획표를 만들어 15시간씩 연습했던 성실성으로 이 과정을 넘겼다. 절실하지 않으면 프로 선수가 될 수 없던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새 직업을 갖게 된 원동력이다.

임씨에게 게임은 이제 퇴근 뒤에 즐기는 취미 생활이다. 게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라는 게 임씨의 지론이다. 임씨는 “일과 취미가 철저히 분리되면서 삶이 훨씬 다채로워진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회사 동료들과 각자의 집에서 접속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서 무료 통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료들과의 수다를 떠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약이다. 임씨는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가지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게임이 맞는 것 같다”며 “지금 나에게 게임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더해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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