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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제네시스, 벤츠 못지않아요"

입력 : 
2008-01-01 18:49:43
수정 : 
2008-01-24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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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인력만 4천명…투자비 5천억
정몽구 회장 지시로 車 뒷부분 대폭 키워
◆2008 희망을 쏜다 / ① 현대차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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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예외 없이 히트상품은 등장할 것이다. 히트상품은 새로운 유행을 이끌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기업과 나아가서는 나라의 부를 창출해 준다. 기업들이 히트상품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고자 사력을 다하는 이유다. 무자년 새해 아침, 자동차업계의 최대 관심은 오는 8일 출시하는 신차 '제네시스'다. 제네시스(GENESIS)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럭셔리카로 현대차의 플래그십(최고가 대표 차량)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로 벤츠ㆍBMWㆍ렉서스를 꼽고 있다.

제네시스가 해외 시장 개척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 급속하게 커 가는 수입차에 대한 대항마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제네시스는 '신세기의 시작, 신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 브랜드 출시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현대차도 제네시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야심을 갖고 만든 차입니다."

제네시스의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김광수 현대차 남양연구소 프로젝트 2팀장(부장)은 제네시스가 현대차는 물론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새 장을 열어갈 것으로 믿고 있다.

제네시스 개발은 현대차가 NF쏘나타의 미국 수출로 주목받던 2003년 12월 시작됐다. 현대차는 늘어나는 수출 시장을 보면서 미국을 기회의 시장으로 봤다. 대중차로는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고급차 개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8명의 연구원이 팀을 만들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는 벤츠와 BMW, 렉서스 등 세 대 승용차를 사서 미국 도로를 수없이 달렸습니다. 왜 우리 차가 이들보다 못할까 반성도 하면서 이보다 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던 것이죠."

그 후 회사에서는 BH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여줬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BH는 외부에 연구 사실을 숨기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명에 불과했지만 연구원들은 스스로 '벤츠 헌터'라고 부를 정도로 고급차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개발을 위해 지난 4년간 투입한 개발비용만 무려 5000억원에 이른다.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한 연구인력만 4000명이 넘는다.

김 부장은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최초로 개발한 후륜구동 차량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왔던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벤츠 BMW 등 유럽차의 핸들링과 일본차 렉서스의 승차감을 적절하게 살린 것이 제네시스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제네시스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고 6기통 3.3ℓ, 3.8ℓ 람다(λ)엔진이 실린다. 시속 0㎞에서 100㎞에 도달하는 데 7초밖에 걸리지 않는 뛰어난 가속 성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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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 100㎞ 이상으로 10초간 달리면 차체 전면이 자동으로 낮아진다. 국산차로는 최초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차간거리 제어시스템) 기능을 장착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앞차량과의 거리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제네시스는 특히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차다.

정 회장은 남양연구소를 수차례 방문해 직접 시승해 보고 신차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2005년 8월에는 시작(試作)을 보고는 뒷부분이 작아 보인다면서 대폭적인 수정을 지시했다. 금형을 바꿔야 하는 작업으로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었다.

김 부장은 "회장님의 지시로 뒷부분을 대폭 키웠다"면서 "처음에는 회장님의 수정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완성차가 나온 이후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차에 관한 한 웬만한 전문가보다 낫다고 알려진 정 회장은 출시를 앞둔 완성차를 타보고는 "차 끝내준다. 마음에 든다"고 극찬했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중반~40대 후반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4000만~500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국내 출시 이후 4월에는 중국에, 하반기에는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갈지 주목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회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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