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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현실되나 비상 걸린 정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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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격변 예고
대기업 美사무소 트럼프 발언 즉시 콘퍼런스콜 연결
경제책사가 쓴 책 한국 서점서 불티
前 USTR 관계자 방한에 면담 쇄도
◆ 트럼프 컨틴전시 플랜 ◆
사진설명
"대통령 임기 첫날,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폐기하겠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한국 대기업 사무소에서는 이 같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의 진위와 맥락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으로 날아와 미국 내 큰 노조 중 하나인 운수노조 팀스터스를 방문한 직후 이 발언이 그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워싱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대기업 워싱턴 사무소들도 최근 트럼프 발언의 진위 등을 신속하게 파악해 요약 메모를 재빨리 본국으로 보내는 게 일이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한국시간 밤 10~11시대에 콘퍼런스콜도 즉각 준비된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 트럼프의 재대결이 펼쳐지는 올해, 한국 기업들과 정부의 대응 방식은 2016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땐 트럼프노믹스를 전혀 모르고 당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최근 광화문 교보문고 외국서적 코너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저서 'No Trade Is Free'(브로드사이드북스 펴냄) 수십 권이 구비됐다. 번역본도 없고 권당 가격이 4만원에 달하는 서적이지만 워낙 국내에서 찾는 고객이 많다 보니 여러 권을 구비해놨다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무역협회, 5~6월께 美에 사절단 파견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캠프에서 통상·무역 부문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이 책이 출시되자마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수십 년간 미국 노동자를 찢어 놓은 세계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중국에 맞서 미국 행정부가 어떻게 싸웠는지를 묘사한 걸작"이라며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USTR 대표"라고 칭찬했다.

특히 최근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측근 M씨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관 담당 라인들이 면담을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로, 그와의 인맥을 만들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방한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측근은 국내 고위직을 상당수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시나리오를 갖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트럼프 2기 정부 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통상 환경을 우려하는 것은 대미 무역수지가 트럼프 1기 때보다 2.5배 늘어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대미 무역 흑자는 179억달러였다. 트럼프 집권 기간 중이던 2019년에는 114억달러까지 줄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대미 무역 흑자는 다시 불어났다. 지난해 445억달러로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캠프와 미국 의회, 워싱턴 싱크탱크 등과 폭넓은 신뢰관계를 구축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는 미국 의회와 워싱턴 싱크탱크 등을 방문해 한미 간 경제·통상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아웃리치 사절단 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만기 무협 부회장이 워싱턴에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다녀왔다"며 "5~6월께 무역협회 차원에서 한 번 더 사절단을 꾸려 상·하원 의원과 보좌진 등을 만나고 올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최승진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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